시진핑은 왜 브릭스 회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나

작성자: 이준엽 | 날짜: 2025-07-09

최근 시진핑 주석의 공개석상 잠적이 다시 한 번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외신은 ‘실각설’, ‘건강이상설’, ‘정권 내 균열설’까지 다양하게 해석을 내놓았지만, 이번에도 그 실체는 외부 관측자들이 놓치고 있는 중국 특유의 전략적 행보에 가깝다.

시진핑은 실각의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 참석하지 않을 이유를 만든 것이다.

2025년 브릭스(BRICS)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단순한 다자협력이나 개발도상국 간 협조를 넘어서, 미국 달러 패권에 대한 실질적 대안 구축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자체 결제 시스템, 공동통화 논의, 비달러 에너지 거래 체제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이 발언을 하게 된다면, 브릭스 체제 대표국으로서 ‘미국에 대한 직접적 도전’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그럴 만한 사정에 있지 않다.

2024년 말, 미국은 중국 수입 제품 일부에 대해 100%를 넘는 보복관세를 전격 부과했다가, 2025년 초 일부 완화했다. 겉으로는 중국의 ‘반격’이 먹혀든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중국의 외교적 곤경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의존도를 단번에 끊을 수 없다. 반도체, 기계 부품, 소비재, 기술서비스 모두 서방 공급망에 묶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미 성향의 회담장에서 강경한 발언을 한다는 것은 자살골에 가깝다.

이번 회담은 시진핑 개인뿐만 아니라 중국 체제의 위신이 걸린 자리였다. 어느 정도 제 살을 도려내야 상대방이 속아 넘어갈 것이기에, 시진핑 스스로가 읍참마속의 길을 택했던 것이고, 이 스토리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 바로 '실각설'이다.

일부 외신은 시진핑의 불참을 권력 불안정성으로 해석하지만, 중국 내 권력 기반은 탄탄하다. 오히려 이번 선택은 ‘강하게 나가지 않음으로써 손해를 피하는’ 전략이다.

중국은 외교와 경제에서 세련된 강경책을 잘 안다. 목소리를 낼 땐 확실히 내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엔 침묵이 최고의 방어 수단이 된다. 이번 불참은 그런 ‘중국다운 발상’의 전형적 사례다.

시진핑은 지금을 반격의 시점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강한 자는 힘을 드러내지만, 오래 가는 자는 힘을 숨긴다."
"혼자 격앙된 상대를 대할 땐, 지치기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외통수 국면에서의 전략적 침묵, 그것이 시진핑이 선택한 가장 중국적인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