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지침에 따르는 언론사 기사는 이렇게 변합니다

작성: 이준엽 | 게시: 2022-09-07 | 수정: 2025-05-19

이 글은 보도지침을 받는 신문 기사가 어떤 것인지 알리고 싶어 작성했습니다. 사건은 이명박정부 시절에 벌어진 것으로, 그때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거친 후로 민주화가 상당히 진행된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언론사들 상당수는 정부의 통제를 자청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이때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여러 언론들에서 자발적으로 논조를 바꾸는 것을 보고 저희도 많이 놀랬습니다."

아래는 민주노총 시위와 관련된 기사로 시위 내용에 대한 평가를 목적하지 않습니다.

먼저 2009년 5월 16일 연합뉴스입니다.

만장(輓章)이 시위도구로‥전쟁터 방불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대전에서 이렇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16일 오후 민노총 조합원 1만여명이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인 고 박종태 씨를 애도하며 시위를 벌인 대전시 대덕구 동부경찰서 인근 도로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이날 충돌은 민노총 조합원들이 당초 신고내용과 달리 중앙병원에서 약 1.7㎞ 떨어진 대한통운까지 계속 행진을 하려 하면서 빚어졌다. 시위대 사이에서는 돌이 난무했고, 이를 방패로 막던 경찰도 물대포와 경찰봉으로 응수하며 1시간여 동안 시가전을 벌였다.

만장(輓章)을 들고 행진하던 시위대는 박 씨를 애도하는 내용이 쓰인 검은색 천을 떼어내고 시위도구로 활용했다.

… 중략…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위대를 격려하거나 비난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은 "현 정권 아래서 오죽 먹고 살기가 어려웠으면 저렇게 격렬한 시위를 벌이겠느냐"며 "교통정체도 있었고, 소음도 있었지만 시위대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주민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경찰서에 진입하려 하는 등의 행위는 이해가 안된다"며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여야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위 연합뉴스를 받아 쓴 2009년 5월 16일 경향신문 뉴스입니다.

만장(輓章)이 시위도구로‥전쟁터 방불

입력 : 2009.05.16 23:07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대전에서 이렇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16일 오후 민노총 조합원 1만여명이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인 고 박종태 씨를 애도하며 시위를 벌인 대전시 대덕구 동부경찰서 인근 도로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이날 충돌은 민노총 조합원들이 당초 신고내용과 달리 중앙병원에서 약 1.7㎞ 떨어진 대한통운까지 계속 행진을 하려 하면서 빚어졌다. 시위대 사이에서는 돌이 난무했고, 이를 방패로 막던 경찰도 물대포와 경찰봉으로 응수하며 1시간여 동안 시가전을 벌였다.

만장(輓章)을 들고 행진하던 시위대는 박 씨를 애도하는 내용이 쓰인 검은색 천을 떼어내고 시위도구로 활용했다.

… 중략…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위대를 격려하거나 비난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은 "현 정권 아래서 오죽 먹고 살기가 어려웠으면 저렇게 격렬한 시위를 벌이겠느냐"며 "교통정체도 있었고, 소음도 있었지만 시위대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주민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경찰서에 진입하려 하는 등의 행위는 이해가 안된다"며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여야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같은 뉴스, 2009년 5월 16일 경남신문입니다.

만장(輓章)이 시위도구로‥전쟁터 방불

민노총 대전집회‥경찰도 물대포 쏘며 응수

기사입력 : 2009-05-16 23:08:36

여기도 연합뉴스를 받아 같은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세 언론사의 기사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습니다. 그런데 더 가관은 이틀 후에 벌어집니다. 위 기사가 다시 재탕 되거든요.

아래는 2009년 5월 18일 연합뉴스입니다.

만장(輓章)이 죽창으로‥전쟁터 방불

05-18 08:56

민노총 대전집회‥경찰도 물대포 쏘며 응수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대전에서 이렇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16일 오후 민주노총 조합원 1만여명이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인 고 박종태 씨를 애도하며 시위를 벌인 대전시 대덕구 동부경찰서 인근 도로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이날 충돌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당초 신고내용과 달리 중앙병원에서 약 1.7㎞ 떨어진 대한통운까지 계속 행진을 하려 하면서 빚어졌다. 시위대 사이에서는 돌이 난무했고, 이를 방패로 막던 경찰도 물대포와 경찰봉으로 응수하며 1시간여 동안 시가전을 벌였다.

만장(輓章)을 들고 행진하던 시위대는 박 씨를 애도하는 내용이 쓰인 검은색 천을 떼어내고 시위도구로 활용했다.

… 중략…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위대를 격려하거나 비난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은 "현 정권 아래서 오죽 먹고 살기가 어려웠으면 저렇게 격렬한 시위를 벌이겠느냐"며 "교통정체도 있었고, 소음도 있었지만 시위대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주민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경찰서에 진입하려 하는 등의 행위는 이해가 안된다"며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여야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틀 후 똑같은 기사를 제목만 바꿔서 재탕한 것이죠. 다만 "민노총 대전집회‥경찰도 물대포 쏘며 응수"라는 소제목을 하나 추가했을 뿐입니다. 핵심은 당시 이명박 정부가 사용한 단어 '죽창'이란 말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만장이 시위도구로>라는 기사를 <만장이 죽창으로>라고 변경하는 것입니다.

보도지침이 내려온 기사입니다.

정부에서 이 기사의 제목은 이렇게 바꿔달라고 하니 그에 응한 것이죠. 여기서 참 희한한 것이 진보정권이 이런 요구를 하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나중 선거 때 진보세력을 비난하는 죽창보다 더한 무기로 사용되는 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