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파키스탄의 삼일 전쟁, 엉뚱한 곳 뇌관 건드려

작성: 이준엽 | 게시: 2025년 5월 26일

인도-파키스탄 전쟁 간 벌어졌던 삼일 간의 국지전은 단순한 지역 분쟁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 분쟁에서 중국의 전투기 J-17이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를 격추시켰다는 보도는 단지 무기 성능의 비교를 넘어, 국제 정치 질서에 파장을 불러왔다. 그리고 그 여진은 엉뚱한 곳에서 폭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일부터 유럽연합(EU)에 대해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전격 발표한 것이다.

트럼프의 이번 결정은 이미 고율이던 대중(對中) 관세 30%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며, 지난달 유럽과 합의한 ‘90일 간의 상호 관세 유예’ 조치마저 무시한, 말 그대로 외교적 폭거다. 관세 폭탄이라는 경제 수단을 외교 안보 전략의 무기로 활용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방식은 익숙해졌지만, 이번 조치는 단순한 경제 전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왜 하필 지금, 왜 유럽인가라는 의문이다. 미국이 EU를 향해 돌연 강경한 무역 압박을 가한 배경에는 안보자존심이라는 두 키워드가 숨어 있다. J-17에 의해 라팔이 격추당한 사건은 프랑스의 군사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을 뿐 아니라, 유럽 연합 내에서의 프랑스의 리더십에도 금이 가는 계기가 되었다. 명목상 EU의 안보와 국방을 주도해온 프랑스의 체면이 구긴 것이다.

노련한 트럼프에게 이러한 상황은 기회로 작용했다. 미국 없이는 유럽의 안보도, 자존심도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이를 통해 정치적·경제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계산이 엿보인다. 다시 말해, 미국이 유럽을 향해 "우리의 보호 없이는 당신들의 안보도, 위신도 무너진다"는 메시지를 관세라는 무기로 던진 셈이다.

결국 인도-파키스탄 전쟁이라는 지역적 충돌은 국제 외교 질서의 균형을 뒤흔드는 방아쇠가 되었고, 유럽은 자존심이 상한 채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사태가 확장된다면, 앞으로 유럽은 미국의 보호 아래 안보를 의존하는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 자립을 모색하며 경제·군사 양면의 독립성을 강화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번 사태는 한국을 비롯한 중견 국가들에게도 시사점을 남긴다. 세계 주요국 간의 충돌은 언제든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전이되고, 그 여파는 글로벌 경제 질서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감정과 자존심이 국제 외교의 방향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한국 또한 더욱 치밀하고 유연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 북두문학 🏠

관련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