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자유를 막는 담장: 아프가니스탄과 미국, 다른 듯 닮은 통제
작성: 이준엽 | 게시: 2025년 5월 29일
2025년 5월 15일, 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영화 제작기관인 ‘아프칸 필름’이 탈레반에 의해 폐쇄됐다. 아프칸 문화의 상징이자 시대의 기록이었던 이 스튜디오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해 2월, 아프가니스탄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자다는 “길을 지나가는 남성이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담장을 높이라”는 종교 명령을 내렸다. 이는 이슬람 율법을 앞세운 강력한 사상 통제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뒤인 5월 28일, 미국 정부는 자국 유학을 희망하는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했다. 이유는 소셜미디어 활동에 대한 사전 심사, 즉 ‘사상 검증’ 시스템을 보완·강화한 뒤 비자를 발급하겠다는 새로운 정책 때문이다. 미국의 극우 보수와 성향이 다른 이들과는 담을 쌓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공자의 가르침: 면장이입
논어 '양화' 편에는 ‘면장이입(面牆而立)’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여(汝)가 《주남(周南)》·《소남(召南)》을 배우지 않으면, 마치 벽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과 같아서(面牆而立), 앞으로 나아갈 길이 없을 것이다.” 공자가 그의 아들 공리에게 한 이 말은, 배움이 인간의 시야와 소통 능력을 확장하며, 배움이 없으면 사고의 폭이 좁아져 사회적 관계나 발전이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놀랍게도, 현 미국 행정부 수뇌부의 짧은 소견이 이 고전의 구절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지도자들이 오직 이슬람 원리만을 들여다보며 세상과 담을 쌓고 있다면, 미국의 주요 인사들은 기독교적 보수 성향이라는 좁은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며 다른 의견과는 담을 쌓고 있다.
닮은꼴 통제: 아프가니스탄과 미국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은 전혀 다른 문화권, 전혀 다른 정치체제의 국가지만 벌어지는 일들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둘 다 개인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재단하고 판단하며 통제하려는 시도이며, 외부와 담장을 쌓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아프가니스탄은 극단적 신정 체제가 만들어낸 억압이며, 미국은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가 보여주는 자기모순이자 결함이다. 하지만 어떤 명분이든, 개인의 내면을 통제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둘은 같다. 그리고 둘 다 동일하게 ‘검열’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해임: 통제의 신호탄
이러한 흐름의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2025년 5월 28(미국 기준)일 터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일론 머스크를 '국가경제혁신위원회' 의장직에서 전격 해임한 것이다. 머스크는 테슬라, 스페이스X, 그리고 X 플랫폼을 통해 미국 기술 산업의 상징이자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인물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고립주의, 표현 규제, 기술 통제 강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유일한 고위 민간 인사였다.
머스크의 해임은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니다. 그것은 정권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 대한 ‘처벌의 신호탄’이며, 정부의 일방주의적 통치에 대한 불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경제와 기술 분야마저 이념에 종속시키려는 이 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 즉 다양성과 비판적 사고의 가치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질문
이쯤 되면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탈레반의 억압은 우리가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자유의 수호자임을 자임했던 미국이, 비슷한 방식으로 사상을 옥죄고 반대자들을 제거하는 길을 걷는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옷을 입은 전체주의’로 전락하게 된다.
사상은 검열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상이 어떻게 표현되고, 사회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민주주의 틀 안에서 보호해야 할 가치다. 미국이 진정 자유의 가치를 수호하는 나라라면, 인간의 생각 자체를 위험 요소로 간주해 차단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그 반대의 모습이다. 그들은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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