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 업소 정책: 교활한 사회상의 단면
작성: 이준엽 | 게시: 2024년 8월 14일
정책의 출발과 의문
최근 김치찜이 7,500원에 제공된다는 기사에 눈길이 갔다. 이는 일반적인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매우 낮은 가격으로, 2024년 기준 연평균 물가 상승률(약 2.3%)과 최저임금(약 1만 원/시간)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착한 가격 업소' 정책이 이미 8,000번째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정부가 소상공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며 물가 안정과 소비 진작을 목표로 한다지만, 과연 이 정책이 공정할까?
소상공인의 불공정한 부담
정상적인 사업에서 이 가격이 유지되려면, 인건비는 고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손에 들고 흔들었던 대파 한 단 875원이 연중 유지돼야 하고, 기타 마늘·양파·배추 등의 다른 식재료도 동일한 수준이 유지돼야 한다. 그뿐인가? 소상공인이 사용하는 차량의 기름 값, 정비 비용은 물론 자동차 검사 비용까지 그만큼 낮아야 한다.
게다가 소상공인 식당 주인은 절대 아프면 안 되고, 브랜드 옷을 사 입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 택시는 이름만 아는 교통수단이고, 반드시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커피도 스타벅스는 말고, 맥심 믹스커피를 먹어야 한다. 그러면서 "이모님! 여기 반찬 추가요."라는 말을 들으면 헤헤 웃으면서 사람 좋은 척해야 한다.
이중 삼중의 교활함
이 사회의 교활함은 국가와 국민의 이중적 태도에서 더욱 드러난다. 공무원이나 일반 취업자들은 자신의 처우와 급여를 지속적으로 개선받는 반면, 소상공인에게는 인심 좋게 저가 서비스를 요구하는 점이다. 자기는 월급이 늘어나야 하지만, 음식 값은 반비례해 내려가야 한다는 논리가 어떻게 가능할까?
최근 만들어진 법 중에는 공무원이 3만 원 이하 뇌물을 받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이제 이것도 부족해서 5만 원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유가 가관이다. 식당에서 1인분 밥 값이 1만 5천원이 넘어 접대하는 사람과 접대받는 사람이 밥만 먹고 술도 한 잔 먹지 못한다는 설명이 붙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식당 주인은 중국산 스마트폰 쓰면 되는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이는 지나치게 교활한 내몰림이다. 소상공인은 구청에 가서 가게 이름을 바꾸는 데도 돈을 내야 한다. 국가 공무원은 그런 민원을 처리하라고 뽑아 놓은 것인데, 어이없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런 식의 제도가 올바른 것이면, 이사 가서 전입 신고를 해도 수수료를 내야 맞지 않을까? 또 세법은 지나치게 어려워, 세무사를 거치지 않고 세금 신고를 하면 본보기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단지 소상공인이 '을(乙)'인 약자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 것이다.
음식점의 고객 리뷰는 재판을 거치지 않은 판결문 효과를 지니는데, 아무런 제약도 없다. 자기 얼굴이나 이름이 들어간 게시물은 법적 보호를 받으면서, 남의 가게 이름은 마음대로 지껄여도 괜찮다는 게 말이 되나? 또 리뷰를 붙이는 플랫폼을 운영할거면, 가게 주인에게 이 가게 평가 리뷰를 달게 해도 괜찮냐는 허가를 받아야 정상이지만,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이니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교활한 사회상과 공정성의 과제
이러한 문제점은 사회 전체의 교활성을 반영한다. 소상공인은 생계 유지라는 현실적 압박 속에서 '착한 가격 업소'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고, 소비자와 공무원 그리고 언론은 이를 당연시한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불균형 문제 이상으로, 공정성과 정의가 훼손되는 구조적 모순이다. 정녕 착한 가격 업소 지정 정책이 물가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면, 그 부담을 국가가 보조해야 당연한 것이다. 또 대기업의 상품들도 물가를 낮추는 데 동참해야 공정성이 맞는다. 그렇지 않으면, '착한 가격 업소' 정책은 약자를 희생시켜 강자를 보조하는 도구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착한 가격 업소 정책은 교활한 사회상을 드러내는 사례다. 착한 가격이 필요하다면, 일방에게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가 책임을 분담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후세에, 지금의 '착한 가격' 제도가 교과서에 기록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 이대로 방치한다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 2000년대 사람들의 교활한 인성이란 주제로 사회 교과서 한 곳을 차지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