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의 그림자 - 1

이준엽 | 게시: 2025-07-07

당신이 머무는 그 도시에서 누군가 쫓겨나고 있다

멕시코시티의 디지털 노마드 풍경

1. 코로나 이후, 국경은 닫혔지만 빈부의 격차엔 장벽이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디지털 노마드 트랜드가 미국과 유럽의 기술직 종사자들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임대료와 물가가 싼 멕시코시티, 리스본, 콜롬비아 메데진(Medellín), 페루 리마 등지가 이들의 새로운 안식처가 됐다. 그러나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그들의 거주 형태는 여전히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에 머물고 있다.

현재 멕시코에 거주하는 미국인의 수는 2022년 기준 160여만 명이며, 이는 해외 거주 미국인 총 수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 중 디지털 노마드 이주민들이 몰린 곳은 멕시코시티의 콘데사와 로마, 후라레스의 고급 주택가다.

이 지역은 최근 몇 년 사이 세련된 힙스터 커피숍과 레스토랑이 들어 찼고, 거리에는 멕시코인보다 미국인의 수가 더 많아졌다. 달러로 벌고 페소로 쓰는 경제적 여유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미국인들이 멕시코시티로 달러를 들고 찾아드는 현상을 보면서 많은 나라들이 미국과 유럽의 원격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국경은 차단했지만, 달러 소비자들에게는 국경이 열린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의 유입은 타코 가판대를 커피숍으로 바꾸고, 거리의 간판을 스페인어에서 영어로 바꾸게 했다. 그리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2. "저는 공짜로 사는 게 아니라 멕시코 경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 디지털노마드 고객의 말이다. 디지털 노마드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지역의 자영업자들은 "이들이 있어서 기쁘다."라며,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들이 고객이 되어 사업을 접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에 일부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많은 나라들의 디지털 유목민 비자는 최대 5년 동안 머물면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들은 유럽 내의 저렴한 숙박시설을 보유한 리스본과 미국에서 가까운 멕시코시티로 몰렸고, 이들 도시는 갑자기 몰려든 디지털 노마드 이주민들의 수요로 인해 곧 임대료 인상 러시를 경험하게 됐다. CIA Landlord Insurance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지 임대료와 임금을 기준으로 볼 때, 리스본과 멕시코시티는 세계에서 3위와 4위로 살기 힘든 도시이기도 하다.(첨고로 서울은 세계 6위다.)

디지털 노마드가 몰린 멕시코시티의 로마, 콘데사, 후라레스는 외국인의 유입으로 임대료가 60% 이상 폭등하였고, 현지 주민들이 퇴거를 강요받는 상황이 됐다. 멕시코시티의 에어앤비에 단기 임대로 등록된 아파트 10,000채의 1박 평균 가격은 1,450페소인 반면, 멕시코 근로자의 95%는 하루에 518페소 미만을 벌고 있다.

멕시코시티의 한 시민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부에서 외국인 혐오증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너무 많이 오고 그로 인해 임대료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내국인들 중 일부는 이제 그런 수준의 임대료를 낼 수 없습니다."

3. “Gringos, stop stealing our home”

멕시코시티의 디지털 노마드 반대 시위

멕시코와 콜롬비아의 시위에서는 최근 '그링고'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링고들아! 우리 집을 뺏지마."
"그링고들은 멕시코에서 나가라!"
멕시코시티에서 벌어진 최근 시위는 폭력적으로 변해 디지털 노마드들이 자주 이용하는 카페나 레스토랑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그링고(Gringos)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백인계 미국인(또는 북미·영국 출신 외국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쓰이는 문맥이나 억양에 따라 중립적일 수도 있고, 경멸적 뉘앙스를 띨 수도 있다.

디지털 노마드 유입을 반대하는 시위는 멕시코시티뿐 아니라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콜롬비아에서도 시작됐다. 멕시코 시위대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도 시위를 이었고, 트럼프에 모형에 대한 화형식도 진행했다. 디지털노마드 유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멕시코인들이기 때문이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살고 있는 멕시코의 명암인 셈이다.

그들의 거부감은 단지 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에서도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 미국인들이 가득 들어찬 멕시코시티의 보헤미안 지역에서는 더 이상 멕시코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 문제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인들이 노마드 성지로 꼽는 태국의 치앙마이도 외국인들의 유입으로 인해 도시의 모습이 바뀐 대표적인 곳이다. 치앙마이는 카페가 점령한 도시처럼 바뀌었고, 카페에 자리한 외국인들의 테이블에는 항상 태블릿과 노트북이 올려져 있다.

쟁점내용 설명
달러-페소 격차 악용됨 원격 근무자들이 페소 기준 임대료 비교 우위로 공간 점거
주택·임대시장 구조 변화 공유오피스, 외국어 간판의 증가와 문화 지형 변화
사회적 불평등 심화 퇴거, 월세 부담 상승으로 현지 주민 부담 증가
제도·정책 부재 체계적 데이터, 규제·보호 장치의 부재가 상황 악화

3. 콜롬비아와 페루

콜롬비아, 특히 메데진은 멕시코시티와 유사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현실화 중으로, 임대료 급등과 주민 퇴거 사례가 뚜렷하다.

페루(리마)는 아직 초기 유입 단계이며, 일부 힙스터 지역에서만 임대료 압박이 감지되는 수준이다.

4. 묻는다

달러와 현지화 사이의 불균형을 이용해 거주 점령군이 된 디지털 노마드의 명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