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과 윤리적 한계 - 만두 특허 논란
글쓴이: 이준엽 / 최초 작성일: 2025년 4월 19일 / 수정 작성일: 2025년 5월 16일
CJ제일제당, 만두 모양을 특허로 등록하다
CJ제일제당이 자사 대표 제품인 비비고 만두의 모양을 미국 특허청에 등록하고, 실제로 특허를 승인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단순한 상표 등록이 아니라, 음식의 외형이라는 문화적 요소에 대한 사유화 시도로 해석된다.
중국의 강한 반발: "문화 도둑질이다"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인 곳은 중국이다.
만두의 기원은 학계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한(25-220년) 시대의 명의 장중경(張仲景)이 추운 겨울에 귀가 얼어붙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고기와 약재를 밀가루 피에 싸서 삶아준 것이 만두의 시초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또 기원을 떠나서 만두를 가장 광범위한 음식 믄화로 만든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교자(餃子)라는 단어 또한 당나라 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외에도 중국에는 포자(包子)라는 이름으로도 만두를 표현하고, 그 외에도 일일이 헤아리는 게 벅찰 정도로 다양한 만두의 이름이 존재하며, 모양도 그만큼 다양하다.
한국하면 김치를 떠올리는 외국인이 있는 것처럼, 중국하면 만두를 떠올리는 외국인이 같은 비율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때인가, 일본이 김치를 특허 등록하는 문제로 한국인들이 크게 반발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이번 CJ의 만두 특허에 중국인들이 반발하는 것을 더 이해해야 한다.
만두는 역사적으로 동아시아 공동의 음식문화로 발전해왔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는 설날(춘절)에 가족들이 함께 만두를 빚으며 조상의 은혜를 기리는 풍습을 공유해 왔다.
그런 만두에 대해 이제 갑자기 '이 만두의 모양은 이제부터 내 것이다'라는 주장은 위험하고 몰지각한 내용이다. 문화강국이라는 말은 특정 종류의 문화를 보유한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은 물론 공유의 재산을 사유화하지 않는 것도 포함되는 용어다.
특허 제도는 발명과 창의적 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그 보호 대상이 전통 음식의 기본 형태나 문화적 상징성을 포함하게 될 경우, 이는 곧 공유 자산의 사유화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누군가 김밥의 속 재료를 특허로 내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말이다. 아마 마음 편하게 김밥을 먹기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졸지에 김밥 디자인 특허를 도용한 몹쓸 짓을 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인터넷의 모든 김밥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되는 황당한 문화 파괴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논란의 기업 백종원의 더본코리아가 '예산시장'을 배경으로 하는 '장터광장'이란 명칭으로 상표권을 신청했다가 거절된 사실이 보도됐다. 특허청은 기존의 예산시 '장터광장'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는 공공의 자산으로 개인 회사가 소유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기업 이익과 윤리의 경계
기업은 당연히 이윤을 추구한다. 하지만 윤리적 기준과 글로벌 공감을 무시하면, 그 이익은 브랜드에 독이 된다. CJ의 특허 등록은 한국과 중국의 갈등을 즐기는 미국에서 법적으로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문화적 정서와 국제적 신뢰에는 큰 상처를 남겼다.
문화는 인류가 함께 나누는 자산이다. 기업이 단기적 이익을 위해 그 경계를 침범할 때, 그것은 곧 사회적 불신과 국제적 고립으로 돌아온다. 더 무서운 것은 그러한 신뢰 상실이 CJ의 피해만이 아닌 한국의 피해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은 크게 우려되는 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