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밥에 그 나물
작성: 이준엽 | 게시: 2024년 12월 12일 | 수정: 2025년 5월 17일
범죄자의 기자회견
최근 조국혁신당의 조국 전 대표가 입감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는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연이은 담화 퍼포먼스가 국민을 고통스럽게 한 상황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부끄러움이다. 범죄 혐의가 확정된 인물이 공공의 장에서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모습은, 과연 공공 신뢰와 도덕적 책임에 부합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입시 비리와 지식 권력층의 구조적 문제
조국 일가의 입시 비리는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 아니다.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 표창장을 위조하고 허위 경력을 만든 행위는, 지식 권력층에서 만연한 비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2019년 검찰 수사에 따르면, 조국 전 대표의 딸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서 부당한 혜택을 받았으며, 이는 그의 아내 정경심 교수가 적극 개입한 결과였다. 이런 비리는 지식 권력층의 특권이 교육 시스템의 공정성을 훼손한 사례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조국 일가는 2010년대부터 논문 대필과 학위 매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던 시기에 이러한 행태를 저질렀다. 예를 들어, 2015년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 교수들 사이에서 논문 대필 업체를 통해 가짜 연구 실적을 만드는 사례가 연간 1,000건 이상 적발되었다. 이런 구조적 비리 속에서 조국 일가의 범죄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뿌리 깊은 부패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
윤석열과 조국의 연계된 책임
더 큰 문제는 조국이 과거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추천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2019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조국은 윤석열을 검찰 수장의 자리에 앉히며 그의 권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후 음모론에 휘둘리며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을 무시했다. 내란 계엄 후 그의 담화는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는 식의 주장으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고, 같은 당 대표인 한동훈마저 “더는 인내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윤석열의 정치적 실패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국이 그를 선택한 결정과도 연결된다. 조국 일가의 입시 비리로 드러난 도덕적 결함과, 윤석열의 비합리적 리더십은 공공 신뢰를 저버린 공통점을 공유한다. 둘은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지식 권력층의 비리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논문 대필 업체는 여전히 성행하며, 가짜 학위와 연구 실적을 통해 학문적 권위를 얻는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윤석열이 쫓겨나자 숙명여대가 김건희의 석사 학위를 취소하는 절차를 밟는다고 한 것은, 윤석열이 대통령직에 그대로 있었으면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으로 기울기에 더욱 그렇다. 그 내용을 살피는 이들 역시 가짜 학위의 수혜자는 아닐까?
공공 신뢰 회복을 위한 과제
이렇게 뻔뻔한 '권력기생충'의 모습은 공정해야 할 교육 시스템을 왜곡하고,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조국이 입감 전 기자회견을 연 것은,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비칠 뿐 아니라, 지식 권력층의 오만함을 다시금 보여주는 행위였다. 그에게는 호소의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행동이 공공 신뢰에 끼친 해악을 반성하는 것이어야 했다.
이제 단순한 비판을 넘어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첫째, 교육 시스템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입시 비리와 학문적 부패에 대한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들키면, 기껏해야 취소로 끝나는 제도가 박사학위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둘째, 학벌 만능주의를 개선해야 한다. 소수의 엘리트 문화로는 보편성을 통한 국민 행복이 불가능하다. 모두가 평등할 수는 없지만, 교활한 제도로 불평등을 기획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조국과 윤석열의 사례는 단순한 개인 두 명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 권력층과 권력 기생충의 구조적 결함이 낳은 불행이다. 공공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 미래를 밝히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은 물론 국민적 고민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