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2일 미국의 VOA 방송은 아프리카에서 무분별하게 도축되어 중국으로 수출되는 당나귀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이 사안을 중국 비난의 도구로 활용했다.
살펴 보자.
중국의 아교(阿膠) 수요가 많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건은 중국의 당나귀 아교 수요가 많은 것을 알게 된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를 기회로 삼아, 생산적인 사육·유통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채 눈에 보이는 대로 '도축-수출'이라는 단기적 방식에 의존한 것에서 출발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은 변변한 수출품이 없어 흔했던 당나귀 수출을 마다하지 않았고, 중국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아교 원료를 확보하면서 수요가 늘게된 것이다. 이를 포착한 미국 언론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만연해진 당나귀 자원 고갈을 “중국의 착취”라는 도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여기에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당나귀 자원의 무계획적 활용, 가축 사육 인프라 부재 등은 철저히 배제되었고, ‘중국 = 생태계 파괴자’라는 프레임만이 강조됐다. 물론 아프리카의 당나귀 수출이라는 용어에는 중국의 당나귀 수입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지만, VOA는 이를 단순화하여, 중국이 아프리카의 당나귀 씨를 말리고 있다는 자극적인 서사로 포장한 것이다.
실제로 문제를 따진다면, 자본주의 선진국인 서방이 아프리카의 모든 국가들을 착취의 식민지로 삼기만 했던 것에 원인이 있다. 서방은 그들에게 시장경제나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식하지 않았다. 즉, 아프리카의 낙후된 산업 인프라에서 발생한 당나귀 대량 수출과 그에 따른 급격한 감소는 서방 측의 잘못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문제의 실상을 제대로 짚기보다는, 모든 사안에 대해 중국을 정치적 악당으로 삼는 프레임을 강화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렇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는 생략되고, 중국이라는 '비난의 대상'만 부각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고 또 비난받을 만한 행동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부당한 비판 기사를 한국 언론이 마치 카피머신이라도 된 듯 그대로 받아쓴다는 점이다. 결국 ‘중국이 아프리카 당나귀를 멸종시킨다’는 식의 선정적 서술은 팩트 확인 없이 유통되었고, 독자들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이는 언론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비판적 거리두기를 상실한 것이며, 국제 이슈를 국내 여론 조작의 수단으로 사용한, 정보 왜곡을 통한 세뇌화였다.
3년이 지난 지금, 당나귀 한 마리에서 출발한 왜곡의 화살은, 이념과 국가 간 갈등을 증폭시킨 결과에 기여했음을 확인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의제로 형성된 반중 감정은 결코 순수한 것이 아니며, 부정확한 정보와 이기적인 의도 그리고 바보 삼룡이식 인기몰이가 결합된 결과임을 자각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조작된 서사와 과장된 혐오 감정이 어떤 외교적·사회적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언론의 반성이나 재평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 모든 과정은 언론이 스스로 저널리즘의 기능을 포기하고, 외부의 전략 선전 도구로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언론은 진실을 드러내는 수단이지, 국가 간 혐오를 제조하는 공장이 아니다. 그 선을 넘은 언론은 저널리즘이 아니라 선전물이다. 스스로 지켜야 할 마지노선도 없이 폭주하는 언론의 무비판적 선전 도구화는 그들이 속한 사회 전체를 몰락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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