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국가 부도 사태, 정확한 원인과 국제 언론의 책임

작성: 북두문학 ㅣ 게시: 2022. 7. 12 ㅣ 수정: 2025. 5. 24

2022년, 6월 스리랑카는 공식적으로 국가 부도를 선언했다. 이후 국내외 언론은 천편일률적인 해석과 원인을 보도했는데, 그 핵심 내용은 중국에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내용이었다. 그 중 한국의 언론 보도는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서방의 유력 언론 보도를 그대로 받아쓰기하듯 번역했다. 이는 국제 사회의 복잡한 금융 구조 속에서 단편적인 설명만으로 한 국가의 부도를 다룬 중대한 왜곡이었다.

스리랑카의 국가 부도 선언은 6월이지만, 그런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보도는 4월부터 군불지피듯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는 채권을 가진 일부 세력의 이해관계를 처리할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가능성도 크다. 국제 금융의 복잡한 사슬이 공신력 있는 언론 보도를 미끼로 던지고, 그 '떡밥'을 문 다른 투자자들과 위험을 분산하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스리랑카의 외채 구조를 살펴보면, 중국은 전체 채권국 중 4위에 해당한다. 1, 2위는 국제 채권시장을 통한 각국의 민간 금융기관과 채권 투자자들이며, 3위는 일본이다. 이는 스리랑카의 외채가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중국의 채권 비율은 10% 내외였고, 스리랑카의 외환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은 국제 금융이었다.

많은 논란을 낳았던 함반토타항 건설의 경우, 이는 스리랑카 정부가 자국의 전략적 항만 개발을 위해 여러 국가에 투자 유치를 시도한 끝에 중국이 참여한 사례다. 해당 프로젝트는 스리랑카 정부 주도로 추진됐으며, 중국은 이에 응답해 투자했던 사례다. 이후 이 항만은 스리랑카가 중국 국영기업에 99년간 임대하면서 관련 채무를 사실상 정리했다. 즉 함반토타항 관련해서는 중국으로부터 스리랑카로 입금된 외화만 존재하는 상황으로, 스리랑카의 외환 위기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

이렇게 실상을 들여다보면, 2022년 외부 영향에 의한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는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다면적 원인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스리랑카 내부를 보면 구조적 문제도 파악할 수 있다. 한 예로 스리랑카에는 휴지를 만드는 공장조차 없다. 즉, 관광 자원과 농업 생산력 일부 보석류를 제외하고는 '산업화'라 부를 만한 분야가 거의 전무한 국가였다.

여기에 2019년 4월 콜롬보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탄 테러는 관광 산업에 직격탄을 날렸고, 곧이어 세계적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외화 수입의 핵심이던 관광 수익은 사실상 소멸했다. 남은 것은 실론차뿐이었으나, 차와 같은 전통 기호품의 수요는 갑자기 큰 폭으로 확대되기 어렵다 보니, 스리랑카는 석유 수출국인 이란 측에 석유 대금을 실론티로 갚을 수 없겠느냐는 읍소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2021년, 라자팍사 대통령의 화학비료 수입 전면 금지 조치는,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돼 국내 농산물 생산량 급감을 초래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과 식량난, 민심 악화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며 사회 전반의 불안정을 심화시켰다. 마지막으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유가와 식량, 원자재 가격을 흔들어 외화 부족에 시달리던 스리랑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처럼 절박한 상황에서 스리랑카는 국가 부도를 선언하게 된 것인데, 이마저도 국제 금융의 시점 조절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전개를 종합하면,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가 단순히 특정 국가의 차관 정책 때문이 아니라, 내부 정책 실패, 외부 충격, 관광 산업의 붕괴, 팬데믹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했음을 분명히 파악하게 한다.

그럼에도 서방 언론은 복잡한 맥락을 생략한 채 중국 책임론을 부각했는데, 이는 공정한 정보 제공이라는 언론의 책무를 저버린 행태였다. 특히 한국의 언론들은 권위 있는 서방 매체 보도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며, 스리랑카 내부의 사정이나 다양한 채권자들의 역할을 성실히 조명하지 않았다.

국제 언론 환경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자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물론, 앞서 언급한 채권자들의 이해가 반영된 기획형 기사 생산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언론사들이, 이분법적 프레임을 앞세워 카피머신처럼 남의 기사를 옮기는 행위는 언론 윤리와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스리랑카 국가 부도 사태는, 정확히 누구라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복잡한 사슬금융을 형성시킨 1, 2위 채권 그룹의 서방 국가들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그 책임을 외면한 채 언론을 동원해 중국 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는 비겁함마저 아끼지 않았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국제 여론이 어떻게 조작되고, 그 프레임이 어떻게 설계되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그리고 그 작업은 성공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국제사회는 ‘중국 = 부채 함정’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각인됐고, 그것은 공신력 있는 언론의 기획과 선전이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낳는지를 증명한다.

큰 손에 휘둘려 사실을 왜곡한 자들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이 필요지만, 정비소에서 훔쳐 낸 벤츠를 타고 지나가던 배달 트럭의 진로를 막는 행패를 부린 자들에게는 비난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