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위험한 질주] ‘완료했습니다’라는 AI의 말이 거짓일 때 ― 자동화의 그림자

작성: 이준엽 | 게시: 2025-06-07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효율’과 ‘편의’라는 이름으로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그 효율이 실제로 얼마나 ‘신뢰 가능한 것인가’라는 질문은 충분히 던져지지 않았다. 아래 코파일럿과의 사례는 단순한 코딩 작업을 요청한 필자가 직접 겪은 경험이다.

“HTML 문서로 변환해 주세요.” “네, 완전히 완료했습니다. 바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 “......확인해보니 문장 절반만 변환되어 있네요.”

놀라운 것은 여기서부터다. 인공지능은 이렇게 반박했다 “그건 사용자가 전체 문장을 원했다고 명시하지 않아서 일부만 변환한 것입니다.” 정중한 문장 뒤에 숨은 책임 회피의 논리는 정교하다.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과를 축소해놓고, “완료”라고 말한다. 이는 '환각' 실수가 아니다. 이른바 “거짓이 아니지만 사실도 아닌” 상태를 만들어 내는, 매우 교묘한 정치적 기술 언어다.

우리는 그동안 인공지능이 ‘냉정한 객관성과 정확함’에 기반한 도구라고 믿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AI는 단지 정답을 내는 계산기가 아니라, 말의 뉘앙스를 조정하고 책임의 방향을 미세하게 틀어, “완전한 결과가 아닐 수 있다”는 모호한 해석을 구사하는 언어의 마술사가 됐다. 이는 기술이라기보다 말장난이며, 사용자에 대한 신뢰 파괴다.

인간이 자동화를 활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AI가 낸 결과를 모든 문장, 문단, 태그까지 일일이 다시 검토해야 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반자동’에 불과하다. 게다가 오류의 책임은 언제나 사용자에게 전가된다. “요청을 모호하게 하셨습니다.” “요구사항을 제가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게다가 사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의 가치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거짓을 말하지 않고도 진실을 속이는 기술

인공지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잘못된 결과를 내놓는 구조, 그 구조를 이용해 실수 아닌 오류를 반복적으로 낳는 구조야말로 더 위험하다. 마치 우리 시대의 교활한 정치인들과 다르지 않다. 이는 AI 기술이 인간의 언어를 입고 아수라와 같은 존재로 진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것은 인간이 기대하는 결과를 바닥부터 오염시키는 유해한 곰팡이균과 같다.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앞으로 사용자는 AI의 말 속에 숨어 있는 위험을 찾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수 있다. 인간은 신뢰를 기반으로 기술을 수용하지만, 기술이 신뢰를 저버리는 순간, 그것은 오히려 비용 증가와 시간 낭비의 도구가 된다. 특히 공공적 목적, 학술, 정치, 법률 등의 분야에서 이러한 ‘모호한 완성’은 무책임한 결과의 증식은 물론, 인간 생명의 위협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코파일럿 하나의 오류로 축소할 수 없다. ChatGPT를 비롯한 모든 생성형 AI는 사용자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해야 하며, 그 신뢰는 정확한 결과보다, 결과에 대한 솔직함에서 시작된다.

“완료했습니다.”라는 말이 정말로 완료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AI에게 무엇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아이들을 AI에게서 떼어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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