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포토 (Stock Photo)
아래 두 장의 이미지를 놓고 스톡 포토에서의 눈썰미를 살펴보자.
둘 다 벽돌벽 사진이지만 스톡 사진 세계에서 보는 관점이 있다.
하나는 그냥 벽돌벽이지만, 다른 하나는 사진작가의 감성이 들어갔다는 문제가 있다.
둘 다 팔리지만, 그냥 붉은 벽돌벽 사진이 훨씬 잘 팔린다.
이렇게 보면 된다.
나의 이미지를 구입하는 사람은 원청 회사 대표가 아니라, 그 회사에서 하청을 받은 사무실의 디자이너라는 점이다
디자이너는 두 번 일하지 않을 이미지를 선호한다.
그런데 위 빈티지한 사진은 검토를 하는 여러 단계 중 최소 한 곳에서 '다른 벽돌벽은 없습니까?'라는 반문을 듣게 된다.
그 말을 들은 디자이너는 일단 그 부분을 새롭게 작업해서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벽을 바꾸면 그 주변 이미지의 컨셉이 모두 흔들리게 될 수도 있다.
또 많은 스톡 사진가들이 실수하는 관점이 일반인의 시각을 자기의 이미지 상품에 연계시키는 부분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진이 스톡 포토에서 판매율 높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위 사진 중 깨끗한 벽돌벽은 ‘붉은 벽돌벽’이라는 키워드로 무궁무진한 2차 전개로 연결되지만, 다른 빈티지한 벽돌벽은 ‘페인트가 덧입혀진 낡은 벽돌벽’이라는 매우 감성적인 접근이 시작된다.
누군가 빈티지를 선호한다 해도, 내가 생각하는 빈티지 감성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빈티지 감성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즉, 위의 빈티지 벽돌벽을 선택한 디자이너는 다른 빈티지 벽을 일일이 대입해가며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이번엔 컴퓨터 키보드를 주제로 찍은 사진들에서 살펴보자.
우리는 철저하게 스톡 시장에서의 상품성을 얘기한다는 것을 잊지말자.
위 1번 사진에서 배경을 날린 것은 잘됐지만, 모니터에 추정이 될 만한 어떤 내용을 띄우고 손목엔 시계를 차고 있다.
그런데 스톡 포토에서 일한느 손에 착용된 손목시계나 반지는 외면받는 소재다.
또한 모니터에 이미 형식이 정해진 내용이 표현됐기 때문에 그 메시지에 맞는 곳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즉, 활용 범위가 좁은 사진이다.
2번은 키보드보다 배경이 되는 부분을 중요한 선택 포인트로 삼았다.
너무 선명해도 좋지 않았는데 작가의 배경 흐림(보케) 정도는 좋았다.
뒷 배경 전체를 색감만 남기는 보케는 쉽지만,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조리개를 조절하는 감각은 금방 되지 않는다.
이 사진처럼 상품이 되는 보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자.
이 사진은 연구소나 출판사, 대학 같은 곳의 홍보물에 너무 좋다.
3번은 불필요한 소품을 배치해 주제를 분산시키는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키보드에 올려진 손은 마치 오른쪽의 소품을 피해서 일을 하는 듯한 어색함으로 트리밍을 해도 그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소품들이 사진에서 빠졌다면 용도가 괜찮다.
4번은 모니터 테두리와 키보드 검은색이 너무 도드라진 탓에, 정작 빈 화면에 채워 넣을 메시지가 약해지거나 지나치게 과장되게 보일 수 있다.
물론 사용하기에 따라선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치명적인 아쉬움이 있다.
왼쪽 팔소매 노출이 시선을 거스르고 있는데, 더욱 문제는 트리밍을 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5번은 키보드가 가진 정확한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고, 활용도가 높은 사진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우스에 창문 모습이 반사된 점이다.
위의 사례들에서와 같이, 스톡사진을 만들어 판매하고 싶은 입문자들은 자신이 만든 사진이 어디에 사용되고, 구매자가 누구인지를 생각하며 셔터를 눌러야 한다.
광고는 철저하게 객관화된 팀을 구성해야 성공할 수 있다.
팀장이나 팀원 중 한 명이 자기 생각을 계속 고집하면 이상한 광고가 만들어진다.
아이디어는 개인의 경험을 통한 주관에서 나오지만, 그 주관이 상품이 되기 위한 과정은 객관화의 전형이다.
스톡사진에 작가의 개인적인 감성이 강하게 들어갈수록 팔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많이 팔리는 사진은 철저하게 사물의 묘사 그것뿐인 사진이다.
이 사진은 사람이 포함됐지만, 작가의 생각은 들어가지 않은 모범적인 사진이다.
작가는 스톡포토의 전문가답게 생각의 영역을 구매자에게 넘겨줬다.
만약 저 사진에 사람의 얼굴이 들어가면 전체적인 관상이나 눈동자에서 어떤 이미지가 고정될 가능성이 생긴다.
작가는 모델의 의상에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덕분에 구매자는 저 사진만으로 매우 많은 이야기를 붙일 수가 있다.
이번 장에서는 스톡 포토에서의 눈썰미와 관련한 공부를 했다.
이제 더욱 이해에 접근했겠지만, 스톡에서는 우연이라는 것이 정말 우연이다.
돈이 되는 스톡 이미지는 매우 섬세하게 계산된 경우에만 기회로 연결된다.
[이준엽/북두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