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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스톡포토 (Stock Photo)


카메라 렌즈

스톡사진과 관련되어 가장 흔한 내용이 나의 취미생활을 돈으로 바꾼다거나, 주말을 이용한 세컨잡으로 충분하다는 식의 충동적 제안이다.

아마도 그런 권유가 가능했던 것은 지난 과거 우연성이 개입된 일련의 일화들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스톡사진과 관련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내용이 윈도우XP 배경 화면이다.

해당 사진은 사진작가인 미국의 찰스 오리어가 1996년 1월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를 지나던 중 찍은 4컷 중 한 장이다.

재미있는 것은 해당 장소가 원래는 포도농장이었으나 해충의 피해로 포도덩굴을 모조리 걷어 낸 후의 우연한 찬스였다는 점이다.

한 장소의 사진이지만 농부는 손해를 본 후의 장면이고 한 사람은 역사에 남을 만한 장면으로 인생 역전한 사례가 됐다.

사진은 후자인 인생 역전에 맞춰진 듯 제목 또한 ‘Bliss(행복)’다.

찰스 오리어는 그때 찍은 사진을 빌 게이츠기 운영하던 코비스이미지라는 스톡사에 보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사진의 저작권을 매입해 Bliss를 불세출의 명작으로 바꿔놨다.

그리고 오늘에선 이 책의 서문에 소개되는 필자의 기회로 이어졌다.

한국에서의 스톡사진은 윈도우XP가 등장하고도 한참 후에야 일반 대중들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일부 사진전문가들만의 세계여서 20년 전 필자가 다녔던 충무로 사진학원도 외양은 스톡사진가를 양성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사진 시장은 웨딩과 돌·백일 사진에 집중된 연출사진과 좋은 장비를 다툼하며 자연풍광을 담는 취미사진에 집중됐다.

2000년이 시작되며 카메라 시장은 이제까지와는 개념이 다른 장비의 혼란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했다.

본격화되기 시작한 디지탈카메라 시장에서 필자의 눈을 끌었던 박람회의 스튜디오 전용 대형디지탈카메라는 1억 원이었다.

그때의 놀라움은 이제 2억 화소를 자랑하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택배로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장비와 관련한 사고의 대전환을 가지게 했다.

2019년8월22일 고노 다로 전 일본 외무상이 한국기자들의 일제 카메라를 보며, 마치 삼성의 카메라사업 철수를 의식한 듯 “아직 카메라도 못 만드는 한국”이라는 식의 비아냥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될 사건이었다.

그 사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출시된 삼성의 1억 화소 갤럭시폰은 이제 카메라왕국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시발점임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스마트폰의 부가 기능인 카메라에 전례 없던 위협을 받던 디지탈카메라 시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락다운(이동제한)에 직격탄을 맞으며 대격변의 상황에 진입했다.

제일 먼저 항복을 선언한 일본 업체는 올림푸스였다.

올림푸스는 카메라 사업에 진출한 지 84년만인 2020년 카메라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특히 인상깊은 대목은 올림푸스가 미러리스카메라를 최초로 시장에 출시한 기업이었다는 점이다.

올림푸스의 몰락은 앞으로의 디지탈카메라 시장 주축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업체라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DSLR이냐 미러리스냐의 논쟁 자체가 무의미한 정도로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결국 삼성의 디지털카메라 철수는 일본 업체들에 항복이 아닌 새로운 차원의 공격이었던 셈이다.


필자가 카메라에 입문하던 시절의 당연한 선택이던 필름카메라는 곧 장롱 속으로 들어가고, 뒤이어 나타난 저화질 디카에서 고화질의 디카까지 마치 사람을 놀리듯 매해 업그레이드되던 디카의 절정은 2010년이었다.

그해 전 세계 디지털카메라 총 판매는 1억2천만 대를 넘기는 기염을 끝으로 줄곧 내리막길에 들어서 2020년 추정치는 약 800만 대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됐고, 이제는 그런 조사 자체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더불어 니콘과 캐논의 수익률은 급락하고, 그런 추세에 걸맞게 이제 온갖 종류의 렌즈들을 가방 한가득 담고 몇 대의 디지털카메라에 여분의 배터리 무거운 삼각대까지 들고 다니던 모습은 불편한 추억으로 남을 예정이다.

최근의 모습은 스마트폰을 짐벌에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아주 손쉽게 스톡 사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스톡사들의 플랫폼도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2억 화소를 구현한다 해도 여전히 DSLR과 미러리스의 각 장점과 교환렌즈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미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항변이 뒤따르겠지만, 스톡 사진의 적극적인 구매자들인 전업디자이너들은 그걸 따지지 않는다.

스톡사진의 구매자들 90%는 대략 1,500만 화소 수준의 결과물로도 충분히 만족하기 때문이다.

그 이상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이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판형의 결과물 대부분은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한 수준이다.

조만간 다가올 미래는 카메라가방을 들고 있는 전문사진가가 생략된 이미지시장을 예고하고 있다.

날로 진화하고 있는 사진편집프로그램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미지파일만으로도 만족하는 결과물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진은 역시 사진이다. 사진인들에게 휴대폰이 아닌 카메라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인터넷을 조금만 들춰보면 나오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내용은 다루지 않을 생각이다.

예를 들어, 사진의 기원이니, 최초의 카메라니, 스톡사진의 역사와 같은 지면 채우기용 내용은 없다.

[이준엽/북두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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