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김] 작가의 변(辯)

  • 스낵씨
  •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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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블랙'은 내가 예전에 쓰던 소설 제목이야.

기획하는데 1년쯤 걸렸어.

한국 민담을 소재로 한 공포물이었고 2편으로 기획했어.

그렇지만 판타지는 아니었어. 내가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시절이었으니까.

지상 최대의 공모전을 앞 두고 1편을 거의 다 쓴 어느날이었어.

내 HWP 파일이 하나도 열리지 않는거야.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피가 멈춘 것 같이 머리 속이 하얘졌어.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폴더 내부를 살폈어.

그리고 그 HWP 파일들 속에서 운 좋게도 TXT 파일을 하나 발견했어.

놀랍게도, 자신에게 비트코인을 보내면 암호키를 넘겨주겠다는 협박문이더군.

급한 마음에 해커가 걸어 놓은 링크를 타고 들어 갔어.

이렇게 써 있더군.

"바보 같이 아량을 바라지 말라."

"학생이라 돈이 없다는 어리석은 말도 하지 말라."

나의 절박함은 그런 비참한 문구를 보게하는 놈의 조롱에서도 불쾌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어.

그때의 나에겐 너무 간절한 내용이었기에 빚을 내서라도 비트코인을 주고 파일을 복구하고 싶었어.

그런데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더라고.

좀 더 알아 보니, 겨우 암호 키를 받아도 복구하는 방법이 너무 어려워 또 전문가를 고용해야 한다더군. 

그 날 내 1년이 사라졌어.

개새끼.

그 놈 만나면 지금도 죽여버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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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네 좀 더 탈래?"

단지 눈을 한 번 깜박였던 것 같은데 마당의 배경이 바뀌었다. 온통 흑백이다. 마당의 모닥불 튀는 소리만 들리는 것 같다.

눈앞에 갑자기 그라데이션된 파도가 넘실거린다. 흔들 그네그리고 그 파도 넘어 돌계단에 알몸의 누군가가 앉아 있다.

그런데 ... 목이 없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니 무섭다는 것을 어떻게 해야 깨닫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생각이 막 피어오르다 갑자기 깊은 우물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졌다. 그리고 곧 눈앞의 장면들이 하나둘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눈을 한번 깜박인 것 같은데 더 허물어질 것이 없나 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의식은 왜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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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니 hwp 파일만 그렇게 해킹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후로 워드프로세서를 바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