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의 전봉준 동상 방문에 가장 먼저 든 생각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이 전봉준 동상을 방문했다는 내용을 보고 '화들짝' 놀란 마음에 기사 제목을 클릭했습니다. 제가 놀란 이유는 "!아! 이 사람들이 이번에는 전봉준 장군의 동상을 치우려고 하는구나." 였습니다.
전봉준 장군은 동학농민혁명가로 잘 알려져 있고, 기관총 등의 신식 무기를 갖춘 일본군에 의해 동학농민군이 떼죽음했던 비운의 역사적 사건 주인공입니다.
이때의 참상이 얼마나 지독했던지, 그때로부터 40년이 지나 강원도에서 태어났던 제 어머님도, 그 얘기를 전승받았었고 또 저에게도 전했습니다. 더불어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노래도 그때 듣고 배워 알게 됐습니다.
녹두장군을 기리는 그 처량한 곡조는, 제가 국민학교를 들어가기도 전에 배운 노래였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제 어머님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분인데도, 그 얘기를 전승받고 전승했던 사실입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한국인에 대한 잔학 행위가 주목적이었던 정유재란 때의 끔찍한 참상도 몇 대를 거칠 동안 이야기가 전승됐었고, 그때의 살육을 재연했던 동학농민군 학살 역시 같은 아픔을 전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가슴에 응어리져 있는 '한(恨)'의 구체적 가해자는 일본이었으니까요.
최근 일본의 한국인 학살을 통한 식민 지배를 찬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임진왜란이나 정유재란을 거치며 많은 일본인 아버지를 둔 가정들이 생긴 것도 분명합니다. 혈연적으로 반은 일본인인 가정이 많아졌고, 일본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는 그에 동조해 성공 가도를 달린 많은 가정이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 친일본 세력이 없다면 그것이 이상하겠죠. '다꾸앙'은 어떻게 만드는지 몰라도, 자기 아버지의 나라에 대한 옅은 향수는 전승됐을 테니까요.
하지만 일본군의 동학농민군 학살은 그들 친일본 세력이 찬양하는 일본의 한국 근대화론과는 배치되는 부분입니다. 정녕 일본이 한국을 근대화시키려는 마음이었다면, 썩은 조정을 뒤엎으려는 동학농민군과 손을 잡거나 그들을 지원해 조선의 조정을 뒤엎었을 때입니다.
그래야 지금 친일본 세력들의 일본 식민지 근대화 찬양이 맞는 말이 되는 것이죠.
실제 벌어진 일은, 일본이 조선의 썩은 관리들과 손을 잡았던 것입니다. 무려 돈을 받고 나라를 넘겼던 사람들을 요즘 희한한 방식으로 재평가라면서 칭송하는 사람들도 나타납니다.
이런 모습들을 지켜보는 일본인의 관념에는 "한국인에게는 매타작이 최고"라는 각인이 들어갑니다. 때리면 때릴수록 친일본세력이 증가하니까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 맛을 보여줬더니 친일본 세력이 확 증가했던 것처럼요.
아마 동학군 학살 같은 사건이 한 번 더 벌어진다면, 친일본 세력 중심으로 노골적인 '일한합병' 운동이 벌어질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정권의 특성 중 하나가 무조건적 친일입니다. 그걸 확실하게 보여주고자, 중국과 멀어지겠다는 말을 공식적인 성명으로 밝혔던 걸 기억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유인촌은 친일의 다른 대명사 격인 이명박정권에서도 문화체육부장관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이 전봉준 동상을 방문했다길래, 얼마 전 홍범도장군 동상 사건이 오버랩됐습니다.
"이 자들이 이번에는 전봉준장군 동상을 제거하려는 구나."
그런데 사진을 보니, 그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의 모습은, 높으신 위치에 계신 유인촌 장관께서 환한 웃음으로 전봉준을 쓰다듬으며, 기특하다는 듯이 바라 보는 장면이니까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책임지고 대표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매우 인상적입니다.
전봉준, 그의 죽음과 관련되어 세워진 동상의 분위기를 고려해, 엄숙한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말한다면 지나치게 반정부적인 것일까요?
[북두문학 | 이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