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김] 햇살
제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라면 그때입니다. 당신과 함께 김을 매고 논둑에 앉아 소박한 참을 먹던 그때 말입니다.
재촉하거나 재촉받는 일 없는 삶.
기껏해야 먼 발치 아랫목을 들추고 나온 재 너머 김 씨네 시기심 정도가 전부입니다.
논둑에서의 참은 푸른 하늘에 어울리는 정말 따스한 느낌의 햇살을 동반합니다. 아쉽게도 이제 그 ‘햇살’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누리려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야 합니다.
제가 93년 인도 북부의 차밭에서 처음 느꼈던 그 햇살의 의미를 겨우 되찾은 경북 봉화에서의 농부 생활 회상입니다.
그 시절 가장 소중한 기억을 다시 말하라면 ‘햇살’의 참 의미를 깨달은 것입니다. 도시에 살면서 혹은 도시적인 삶을 갈망하면서는 도무지 깨달을 수 없는 햇:살.
그저 자연을 배회한다고 그 햇살이 찾아들지도 않습니다.
그건 햇볕일 뿐입니다.
햇살은 당신이라는 존재가 함께할 때만 찾아옵니다. 그리고 당신의 존재는 일의 기쁨이 행복이라는 말로 대체되는 묘약입니다.
회사를 위해 일하는 행복에서는 돈이 주는 풍요는 만질 수 있어도 햇살은 만질 수 없습니다.
햇살은 작은 욕심일 때만 나를 찾아오니까요.
[이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