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우리 사회에 가장 익숙한 용어는 AI와 GPU다. 하지만 이 분야는 매우 전문적이어서 관련 산업의 기술자 한 명이 이직하는 것도 세계 뉴스가 될 정도다. 즉 노출 빈도와 달리 실제 전문가는 매우 드문 산업 분야다. 실정이 이런데, 한국의 상황은 의외다. 단 한 명의 전문가도 보유하지 못한 나라에서 GPU 확보가 대선 공약으로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러한 정보들이 오염된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다루고 있다. 정책결정권자가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는 없다. 문제는 정책결정권자에게 핵심 내용을 올바로 전달해 줄 적임자가 없는 부분이다. 만약 '대략' 정도의 개념으로 100조 원의 투자가 벌어진다면 끔찍한 미래를 맞이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GPU 6만 장’, ‘7만 8천 개 일자리’ 등의 표현은 국가 정책 유도, 민간 투자자 설득, 대중적 지지 확보를 위한 수사적 수단으로 동원된 측면이 크다."
"또한 H100 기준 GPU 1만 5천 장 규모는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의 활용 범위를 초과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장비 수명 동안 한 번도 가동되지 않은 GPU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오염되지 않은 정보가 정책 결정권자 앞에 전달되도록 해야 하며, 정책 결정권자는 재촉하지 않아야 한다. 기업의 경영 전략에 의한 사회적 담론의 과잉 살포와 그에 따른 정책 판단은 오류를 감추는 능력을 가진 괴물과 같다.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압도적인 자본을 쏟아 붓고 새로운 길을 연 것이 미국이니, 거기서 발견되는 비효율도 무조건 승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 한국의 AI 기술 관련 흐름이다. 심지어 절찬리 서비스 중인 AI조차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xAI의 Grok이 빠른 시간 내 ChatGPT를 따라잡기 위해 더 많은 GPU를 투입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좀 더 쉽게 표현하면 ChatGPT는 2만여 명의 인력이 방대한 데이터를 옮겨 적은 것이고, 후발 주자인 Grok은 10만 명의 인력이 같은 양의 데이터를 더 빨리 옮겨 적은 개념이다."
"AI 기반 애셋 생성 및 자동화: 방대한 게임 월드의 다양한 바위, 나무, 지형 등을 AI를 이용해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변형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AI 모델 학습에 GPU가 대규모로 사용된다."
"현재 100조 원 중 2조 원은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하기로 했으니, 이제 98조 원이 남았다." 이 말은 '아이언돔' 부분의 마지막 문장인데,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문장의 울림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다.
마치 한 권의 보고서 같지만, 그 내용은 저자의 관련 지식에서 비롯된 날카로운 관점이 장악한 한편의 서사드라마 같은 느낌이다. 국가의 백년대계가 졸속 결정되는 문제점을 독자들과 함께 비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글: 이준엽
북두문학의 발행인이며, 비판적
전략분석가로 활동 중. 주요 저서로는 『전자부품의 이해』, 『가이아나
존스타운 집단자살 사건의 패러다임 전환』, 『사일런트 세일즈맨
'컬러'』, 『미술 디자인 입문 색상 기초』, 『스타일리스트의 세계』 등이
있다.
그림/만화: 이견우
애시게임즈 대표이자 게임
‘머신즈 그라운드’ 개발자. 저서로 『디지구루의 렛츠고! 잉크스케이프
1.3』, 『디지구루의 렛츠고! 리브레오피스 라이터』가 있다.